가끔 바람이 버거울 때가 있다 오래된 연인의 외투를 꺼내 입었다 곧 비가 온다던 예보가 생각나 우산은 현관에 모셔두었다 비바람이 나를 덮친다 발을 떼기도 전에 가지에 매달린 잎처럼 속수무책 흔들리고 아니 어쩌면 스스로 비틀거렸다 남들은 이까짓 바람 코에 스치듯 잘만 걸어가는데 왜 살랑바람도 내게는 폭풍같은지 우리는 회전목마에 나란히 선 한쌍의 말이었다 아무...
침잠하는 고요 너의 고요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다면 느린 숨을 쉬어도 좋다 멈추더라도 고요에 잠겨 죽고 싶다 시끄러운 침묵 속에서 아, 사랑하는 법을 잊은 자들아 너의 소음을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한 움쿰의 적막이 되고 싶다 어쩌면 단 하나의 떨림이어도 좋으니 진저리나는 정적이 되고 싶다 가끔씩 목놓아 울어도 너의 잡음에 온몸을 찔린다해도 그래, 눈물은 소리...
치열하도록 눈부신 삶을 먼발치로 바라볼 때 나는 여러 조각들로 찢어져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게 돼 아마 나는 누군가의 연인이었고 아마 어디선가는 원수였고 어느 시절 처참히 불우했다가도 한 순간에 쾌락을 탐닉하기도 해 그 모든 것들이 다시 나로 돌아올때 치열하도록 눈부신 그 삶들이 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분해서 나에게도 삶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
황혼 찬란한 빛을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보기 위해 여지껏 살아왔음을 체감했고 또 누군가는 앞으로의 살아갈 이유를 찾았을테죠 그 갈림길 사이에서 딱 하나 느낄 수 있었던 건 지금 이 순간이구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걸 보면 누구나 죽고 싶어지잖아요 찰나가 영원이 될 수 있도록 불완전이야말로 벅찬 완벽이 되는 순간 저는 그 어정쩡한 어스름을 사랑했어요 새까만...
다시금 얼어붙은 계절입니다 움직이던 모든 것들이 멈추면 시간조차 멈춘 것일까요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삶은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떨어지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기에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어쩌면 꿈을 꾸었나 봅니다 매일 밤 지독한 그대가 찾아와 내 머리를 지그시 누를 때 나는 전에 없던 환희를 느꼈어요 어떤 이들은 불타는 왈...
1. 죽음과 절망은 어디로 가는가? 삶과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나를 살게 한다 천국의 발가락을 핥아서라도 혀 끝으로나마 느끼고 싶은 자기만족과 혐오의 사이 서로 부둥켜 태어난 중간짜리 인생 비로소 움켜쥔 쾌감을 느낀다 내 발가락은 여전히 고여있다 어디로 가고 싶은가? 여전히 녹아 흐르고 있는데 일직선 위 양 끝으로 간다 다리는 이쪽으로 머리는 저쪽...
가본 적도 없는 캄보디아 섬의 해변을 떠올렸어 우린 그곳에서 꽤나 행복했었지 노을진 풍경 속에 석양으로 물든 황금빛 물결 잔잔한 파도 위에 컬러풀한 서핑보드 마치 바다에게 소금빚이라도 진 것처럼 퉁퉁 불어터진 몸을 하고도 벗어나지 못했어 우린 그랬어 행복을 조금 맛봤었지 꾹 짜면 터지는 모래 알갱이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땅과 하늘의 어딘지모를 경계선 마침내 ...
오롯이 네가 불행해진다면 그건 야금야금 아주 조금씩 갉아먹었던 나의 작은 이기심일 것이다 세상이 푸른 빛으로 물들 때 너는 마치 말라비틀어진 나뭇잎 밟히는 소리를 내고 그 모습을 보며 깔깔 웃는 내 얼굴은 아주 약간의 통쾌함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너의 양분을 먹고 자란다 내 나무는 형편없이 작고 보잘 것 없어 커다란 네 온기와 그림자에 기대어 살지만 정작 ...
나락이 출렁거린다면 그 위에서 서핑을 할거야 반짝이는 포말의 춤사위를 따라 노래할거야 머나먼 대륙을 꿈꿨어 한낱 바위 틈 해초의 물소리 한여름 창밖에선 풀벌레가 비명을 지르는데 세상은 하루살이의 소음으로 가득하구나 해질녘 불타는 노을을 바라보며 꿈꿨어 그을음의 리듬을 바꿔보자고 나락이 출렁거린다면 그 위에서 춤을 출거야 세상 사람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사방이 벽이다 상자인가 두드려본다 허공에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렇담 동굴인가 어둡지도 밝지도 않다 매만져본다 꺼칠꺼칠하면서 매끈매끈하다 그렇담 사방은 벽이고 상자인가 그림자는 없다 고로 창문도 없다 그렇담 저녁인가 한밤인가 알 길은 없다 배가 고프면 목청껏 운다 돌아오는 울음소리는 하나가 아니다 그렇담 몇 개의 상자이고 벽인가 기둥과 기둥 사이에 손을 넣어본...
갑작스럽지만 동물병원에 입사한지 3개월이 지났다. 내 팔은 흉터 투성이다. 이제는 퇴사날만 기다리는 중. 남자친구와 동거한지도 반년이 넘었다. 여전히 지겹도록 싸운다. 인생의 새출발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실은 허물어지는 벼랑 끝이었음을 실감하는 나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긴 기분이 든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리저리 떠밀려지는 삶...
우리는 자주 울었지 소리도 없이 눈물 흘렸지 어디선가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려 마치 우릴 위로하는 것처럼 대신 울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나란히 관짝같은 침대에 누워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지 죽는다는 건 비로소 편안해지는 거야, 더는 치열하게 살 필요 없으니까 우리는 자주 행복해졌다가 종종 불행해지곤 했어 웃음 뒤에 울음이 있다면 눈물은 행복의 출사표인 걸까 죽는...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